2019년 겨울, 한국 극장가에는 독특한 제목과 강렬한 설정으로 관객의 시선을 끈 스릴러 영화 한 편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내를 죽였다>입니다. 이 작품은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평범한 남성이 자신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당시 개봉했을 때에도 ‘충격적인 제목’과 ‘심리적 압박감’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흥행 성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2025년 현재, <아내를 죽였다>는 OTT 플랫폼과 재평가 흐름 속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범죄 스릴러로 소비되던 영화가 아닌, 한국 사회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작품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입니다.
원작 웹툰의 힘과 영화의 충격적인 설정
<아내를 죽였다>는 원래 강지운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입니다. 원작은 평범한 가장이 술자리 후 기억을 잃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내가 살해된 상태로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갑니다. 기억의 공백 속에서 독자가 주인공과 함께 불안과 공포를 체감하게 만드는 방식은 당시 웹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영화화 과정에서 이 설정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화면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혼돈과 죄책감, 그리고 사회적 시선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관객은 주인공이 진짜 범인인지, 아니면 억울한 희생자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고, 이 긴장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제목 자체가 ‘아내를 죽였다’라는 직접적인 문장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관객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었고, 이는 웹툰과 영화가 공유하는 가장 강력한 서사적 장치였습니다.
2025년,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
2025년 현재 <아내를 죽였다>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문제인 가정 내 폭력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한 남성의 범죄 여부를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은폐와 사회적 무관심을 드러냅니다. 이는 2020년대 들어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주제와 맞닿아 있어, 지금 관객에게도 유효하게 다가옵니다.
둘째, OTT 플랫폼을 통한 재발견입니다. 극장에서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후 넷플릭스·웨이브 같은 OTT 서비스에서 작품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되었습니다. 극장에서는 간과되었던 디테일한 연출과 배우들의 심리 연기가 OTT 환경에서는 오히려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과 압축된 이야기 구조는 OTT 시청 환경과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셋째, 원작 웹툰 팬들의 꾸준한 입소문입니다. 웹툰 독자들은 영화가 원작의 충격적 설정을 잘 살렸다고 평가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원작과 함께 다시 언급되며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웹툰 원작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흐름 속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웹툰 원작 스릴러 영화의 선구적 시도’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와 한계
<아내를 죽였다>는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은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무책임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술 문화, 가정 폭력, 무관심한 주변 시선은 영화 속 사건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듭니다. 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기력함과 주변 인물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피해자에게 무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몇 가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원작 웹툰의 방대한 서사를 90분 내외의 러닝타임에 담으려다 보니, 일부 인물의 동기와 사건의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더욱 깊게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다소 압축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지는 문제의식 자체는 여전히 강렬하며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유효합니다.
결론: 재평가되는 한국 스릴러의 가치
<아내를 죽였다>는 개봉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시 재평가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아내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제목에 그치지 않고, 기억의 부재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 심리, 가정 내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 그리고 책임과 무책임의 경계를 파고들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2025년 현재 다시 보는 <아내를 죽였다>는 OTT 시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도 잘 맞아떨어지며, 한국 웹툰 원작 스릴러 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영화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서, “우리는 일상 속의 폭력과 무책임을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 말입니다.
결국 <아내를 죽였다>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한국 사회가 마주한 현실과 인간 심리를 동시에 비추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의미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회자될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